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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드의 메모장/가슴에 남기고픈 말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115회 <미국 G사 수석디자이너> 편

 

 

출처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115회

 

 

디자이너 曰

제가 이직을 여러 번 했었는데, 회사를 옮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힘들죠. 보통 6개월 정도를 늘 헤맸었는데, 구글은 좀 길었죠. 한 1년을 헤맸으니까.

나는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그런 평가서를 받고 나니 자존감이 완전히 떨어지는 거죠.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 화장실에 가서 숨어 있거나, 아니면 주차장에서 회사 들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 그냥 계속 앉아 있거나 그랬었어요. 불면증에 시달리고, 심장 두근거리고, 숨쉬기 어려워지고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리고 잘릴 거라는 게 대개 무서웠어요. 왜냐하면 미국은 성과가 낮으면 바로 해고 거든요. '누군가 내가 실력이 없다는 걸 알아챌 거야.' 무서운 거예요.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해서 슬라이드를 딱 눌렀는데, 단어 하나를 못 쓰겠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뭐라고 쓰든, 남들이 다 웃을 것 같은 거예요. 그 단어를 쓰는 순간 남들이 다 웃을 것만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백지만 쳐다보고 계속 이렇게 앉아 있는 거예요.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1년이 되니까 더는 이렇게 길어지면 안 되겠다 싶어서 몇몇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구글에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받아 봐라. 되게 좋다."라고 해서 바로 예약을 해서 상담을 받았죠.


유재석 曰

뭐라고 상담을 했는지 여쭤봐도 됩니까?


디자이너 曰

두 가지 마음이었는데. '나는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이 마음 하고, 두 번째는 '그런데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아.' 이 두 마음이 저를 너무 괴롭히는 거예요.

저는 먹는 거로 스트레스를 푸는 타입이라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배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막 먹고, 할 일은 이만큼 쌓여 있는데 막 인터넷질만 하고 있고 막 유 퀴즈 보고 있고 막 이러는 거죠.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이러면서 보고 있고. 이런다. 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얘기를 했더니 그 상담사분이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신이 그렇게 자꾸 먹는 건 당신 몸이 지금 에너지가 필요해서 살려고 먹는 거다. 인터넷을 계속 보는 건 당신 마음이 안정감을 찾을 곳이 필요해서, 쉴 곳이 필요해서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애쓰고 있는 거다. 그러니 당신 몸과 당신 마음이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지금 애쓰고 있으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고 조금만 본인한테 친절해져도 괜찮다. 이렇게 얘길 해 주는 거예요. 제가 그 얘길 듣고 갑자기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으니까 '그래 내가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었지? 그러지 말자.' 이런 생각이 들면서, '여기까지. 나 괴롭히는 거 오늘 여기까지. 그만해. 그만하자. 그리고 나를 좀 돌아보자.' 이렇게 하면서…….


조세호 曰

저라면 참 위로받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 曰

그러니까요. 사실 우리 모든 사람은 많은 것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자신감이 떨어지면 안 가진 것만 계속 보면서 그것만 커져 보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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