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자 '年(해 년)'의 한글 표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자료에는 '년 강수량', 세 번째 자료에는 '연 강수량'으로 적혀 있습니다. 어떤 표기가 바른지 알아보기 전에, 우선 두음법칙의 내용을 규정하는「한글 맞춤법」제10항을 살펴볼게요.
두음 법칙은 단어의 첫머리에 특정한 소리가 출현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래서 제10항에서는 한자음 '녀'가 단어 첫머리에 올 때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여'로 적는다고 규정해요. 이 규정에 따라, 주로 다른 체언 앞에 쓰여 '한 해'를 뜻하는 명사 '年'은 '연'으로 적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자료의 '연 강수량'이 바른 표기입니다.
그렇다면 아래 밑줄 친 '십 년'과 '십 연' 중에서도 '십 연'이 바를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요?
1. 십 년 후 내 삶을 바꿀 책
2. 십 연 후 내 삶을 바꿀 책
「한글 맞춤법」제10항의 규정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의존 명사에는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의존 명사는 독립적으로 쓰이기보다는 그 앞의 말과 연결되어 하나의 단위를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로 한자어 수 뒤에 쓰여 '해를 세는 단위'인 의존 명사 '年'은 '년'으로 적습니다. 그리고 의존 명사는 앞말과 띄어 쓰므로, 1번의 '십 년'과 같이 써야 바릅니다.
2020/06/12 - [문장 다듬기/헷갈리기 쉬운 띄어쓰기] - 년(年): 백 년 vs 백년, 100 년 vs 100년
즉, '年'처럼 명사로 쓰이기도 하고 의존 명사로 쓰이기도 하는 한자어의 경우에는 두음 법칙의 적용에서 차이가 난다는 걸 기억하세요.
◎「한글 맞춤법」제10항
: 한자음 '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로 적는다.
(ㄱ을 취하고, ㄴ을 버림.)
ㄱ: 여자(女子), ㄴ: 녀자
ㄱ: 유대(紐帶), ㄴ: 뉴대
ㄱ: 연세(年歲), ㄴ: 년세
ㄱ: 이토(泥土), ㄴ: 니토
ㄱ: 요소(尿素), ㄴ: 뇨소
ㄱ: 익명(匿名), ㄴ: 닉명
다만, 다음과 같은 의존 명사에서는 '냐, 녀' 음을 인정한다.
냥(兩) / 냥쭝(兩-) / 년(年)(몇 년)
단어 정리
년(年) [년]
(주로 한자어 수 뒤에 쓰여) 해를 세는 단위. 1년은 약 365.25일이다.
⇒ 서기 2000년.
⇒ 고향을 떠난 지 팔 년이 지났다.
연(年) [연]
(주로 다른 체언 앞에 쓰여) 한 해.
⇒ 연 12%의 이율.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어휘가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그는 ( 년 400% / 연 400% )의 보너스를 받는다.
2. 한곳에서 ( 수십 년 / 수십 연 ) 동안 자란 나무를 정원에 옮겨 심었다.
정답 및 풀이
[정답]
1. 연 400% 2. 수십 년
[풀이]
1~2. '年(해 년)'은 명사로 쓰일 때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연'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의존 명사로 쓰일 때는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년'으로 적습니다. '연 400%'의 '연'은 명사, '수십 년'의 '년'은 의존 명사입니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어휘 다듬기 > 헷갈리는 말, 가려서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量): 설탕량 vs 설탕양, 소금량 vs 소금양, 나트륨량 vs 나트륨양 (0) | 2020.06.17 |
---|---|
年度: 출생년도 vs 출생 연도, 2020년도 vs 2020연도 (0) | 2020.06.14 |
에 vs 의: 중에 vs 중의 (0) | 2020.06.09 |
게양 vs 계양 (0) | 2020.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