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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다듬기/바른 문장 쓰기

['바른 문장 쓰기' 원칙 12] 문장을 우리말답게 표현하려면? ① - 관형격 조사 '의' 삼가기

 

오늘 살펴볼 '문장의 군더더기'는 관형격 조사 '의'입니다.

 

1. '관형격 조사'란? 

 

관형격 조사는 '문장 안에서, 앞에 오는 체언(명사ㆍ대명사ㆍ수사)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이 뒤에 오는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의 관형어임을 보이는 조사'입니다. 참고로, 관형어는 체언 앞에서 체언의 뜻을 꾸며 주는 구실을 하는 문장 성분입니다. 예를 들면, '새 신발ㆍ우리의 소원ㆍ저 사람'에서 관형어는 '새ㆍ우리의ㆍ저'입니다.

관형격 조사에는 '의'가 있습니다. 관형격 조사 '의'는 체언 뒤에 붙어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뒤 체언이 나타내는 대상이 앞 체언에 소유되거나 소속됨을 나타내는 등 쓰임새가 매우 다양합니다. 그래서 '나의 옷, 우리의 각오, 다윈의 진화론, 승리의 길, 질서의 확립, 서울의 찬가, 책의 저자, 금의 무게, 꽃의 향기, 축하의 잔치, 조국 통일의 위업, 선생님의 아들, 하늘의 별, 정오의 뉴스, 10년의 세월, 국민의 대다수, 불후의 명작, 철의 여인, 순금의 보석, 투쟁의 열매, 저자와의 대화'와 같이 씁니다.



(체언 뒤에 붙어)
1.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뒤 체언이 나타내는 대상이 앞 체언에 소유되거나 소속됨을 나타내는 격 조사.
⇒ 나의 옷.

2.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이 나타내는 행동이나 작용의 주체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 우리의 각오.

3.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이 나타내는 대상을 만들거나 이룬 형성자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 다윈의 진화론.

4.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의 과정이나 목표 따위의 대상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 승리의 길.

5.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이 나타내는 행동의 대상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 질서의 확립.

6.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뒤 체언이 나타내는 사실이나 상태가 앞의 체언에 관한 것임을 나타내는 말.
⇒ 서울의 찬가.

7.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뒤 체언에 오는 인물의 행동이나 행위가 앞 체언이 나타내는 사건이나 사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격 조사.
⇒ 책의 저자.

8.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뒤 체언이 지니고 있는 정보가 앞 체언의 속성 따위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 금의 무게.

9.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이 나타내는 속성의 보유자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 꽃의 향기.

10.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뒤 체언이 앞 체언이 나타내는 어떤 동작을 주된 목적이나 기능으로 하는 것임을 나타내는 말.
⇒ 축하의 잔치.

11.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과 뒤 체언이 의미적으로 동격임을 나타내는 말.
⇒ 조국 통일의 위업.

12.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관계를 나타내는 뒤의 체언이 앞 체언과 사회적ㆍ친족적 관계에 있음을 나타내는 말.
⇒ 선생님의 아들.

13.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이 나타내는 사물이 일어나거나 위치한 곳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 하늘의 별. 

14.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이 나타내는 사물이 일어나거나 위치한 때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 정오의 뉴스.

15.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의 정도나 수량을 한정함을 나타내는 격 조사.
⇒ 10년의 세월. 

16.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격 조사.
⇒ 국민의 대다수. 

17.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이 나타내는 사물의 특성을 나타내는 격 조사.
⇒ 불후의 명작.

18.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에 대하여 비유의 대상임을 나타내는 말.
⇒ 철의 여인. 

19.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 체언의 재료임을 나타내는 말.
⇒ 순금의 보석.

20.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어떤 결과를 낳는 행동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 투쟁의 열매.

21. 앞 체언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며, 앞 체언이 뒤에 연결되는 조사의 의미 특성을 가지고 뒤 체언을 꾸미는 기능을 가짐을 나타내는 격 조사.
⇒ 저자와의 대화.

 

 

2. '의'는 일본식 표현?

 

관형격 조사 '의'는 일본어 관형격 조사 'の'의 영향을 받은 것이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다음은 국립국어원이 발간한『국어생활』제21호(1990년)에 실린, 당시 조선일보 장진한 기자의 글 <번역과 우리말> 일부입니다.

우리가 잘 부르는 동요 가운데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하는 노래를 생각해 보자. 원래 우리말의 주격 조사는 '은ㆍ는ㆍ이ㆍ가'인데, 이 경우는 '의'로 되어 있다. "내가 살던 고향"이 아니라 "나의 살던 고향"인 것이다. (중략) 그런데 우리가 우리 어법과 어긋나게 "나의 살던 ······" 하고 수십 년간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일본어 'の'의 오용(誤用)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어진다.

'の'가 우리말에 간섭하고 있는 예는 이 밖에도 많다. 예컨대 '세계 문학' 하면 될 것을 '세계의 문학'이라 하고, '소설 연구' 하면 될 텐데 '소설의 연구'라 한다. 이때의 '의'는 아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반면에, 우리말에서 이미 오래전에 관형격 조사 '의'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으므로, 일본식 표현이라고 단정하고 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음은 국립국어원이 발간한『새국어생활』제21권 제2호(2011년)에 실린, 당시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동석 교수의 글 <국어 순화 결과 분석 및 방법론 제언> 일부입니다.

조사 '의'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주어적 속격이라고 하는 '나의 살던 고향'을 '내가 살던 고향'으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과 '에의, 로의, 에서의, 에로의'와 같이 '의'가 결합한 조사 결합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순화 의견이 있다. 이러한 용법이 모두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 근거다.

그러나 주어적 속격은 범언어적인 표현으로서 일본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언어에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주어적 속격 구문은 신라 시대의 향가 작품은 물론 고려 시대의 구결문, 조선 시대의 여러 한글 문헌에 두루 사용되었기 때문에 번역 투 구문이 아니라 오히려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역사 깊은 우리말 표현에 속한다.

'의'가 결합한 조사 결합형 역시 일본어 및 영어의 영향을 받은 번역 투 구문이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중세 국어에도 '엣, 롯'과 같이 부사격 조사 뒤에 관형격 조사가 결합한 구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조사 결합이 우리말에서 자체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에의, 로의'라는 형태 자체는 외국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부사격 조사와 관형격 조사를 결합하는 문법적 기제는 이미 과거에도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이를 비문법적인 것으로 규정할 근거가 희박하다. 

 

그리고 세계일보 2010년 10월 10일 자에 실린 <[유종호 칼럼] '나의 살던 고향' 틀린 말 아니다>에서도 이동석 교수님과 같은 견해를 볼 수 있습니다. 

민족어를 지키자는 선의의 취지가 때로는 오해를 확산하고 재생산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일어의 영향을 파기하자는 열의가 도에 넘쳐 유서 깊은 우리 어법을 부정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나의 살던 고향' 같은 노랫말이 일본어 어법의 흉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일본어를 조금 알고 우리말을 깊이 모르는 데서 오는 오해다.
(중략)
현대 국어에서와는 달리 중세(15세기) 국어에서는 주격 조사 '이'보다 관형격 조사 '의'가 더 일반적으로 쓰였다. 즉 '나의 살던 고향'은 어엿한 우리말 어법이요, 일본어 어법의 추종이 아니다.

 

 

3. 불필요한 '의' 줄이기

 

『어미ㆍ조사사전(한국어 학습용)』(이희자 저)에 따르면, 관형격 조사 '의'는 다음 세 경우에 생략이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말은 체언 자체도 관형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소유주-소유물'의 관계를 나타내는 경우
: 철수의 책, 영희의 연필 → 철수 책, 영희 연필

둘째, '전체-부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경우
: 코끼리의 코, 영하의 귀 → 코끼리 코, 영하 귀

셋째, 친족 관계를 나타내는 경우
: 김 회장의 부인, 철수의 엄마 → 김 회장 부인, 철수 엄마

 

그런데 '의'가 반드시 붙거나 붙지 않는 환경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의'가 있어야 의미가 분명한 경우에는 당연히 '의'를 써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의'를 쓰기도 하고 쓰지 않기도 하는데, '의'를 남용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의'를 여러 번 사용하여 단어 중심으로 표현한 문장은 간략하고 압축적이지만,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고 의미 전달도 정확하지 않거든요.

따라서 관형격 조사 '의'가 없어도 뜻이 명확한 경우에는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길 권합니다. 불필요한 '의'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의'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국민과 대화를 하다.
국민과 대화를 하다.

우리는 우리 생각을 지켜야 한다.
→ 우리는 우리 생각을 지켜야 한다.

일부
극우 인사들은 노조 활동 자체를 범죄시하기도 한다.
일부 극우 인사들은 노조 활동 자체를 범죄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의'가 들어갈 곳에 다른 조사를 바꿔 씁니다.

사랑하는 조국.
→ 내가 사랑하는 조국.

백성
 존경받는 임금.
 백성에게 존경받는 임금.

스페인 태생 화가 파블로 피카소.
→ 스페인 태생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

 

끝으로, '의'를 빼고 구체적인 서술어로 풀어 써도 불필요한 '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밝은 성격 사람.
 성격이 밝은 사람.

잠깐 행복.
잠깐 누리는 행복.

아래 질문.
아래에 있는 질문.

당국으로부터 발표 내용.
당국이 발표한 내용.

세계 속 우리 문화유산 위치.
세계 속에(서) 우리 문화유산이 차지하는 위치.

피고인 운전 승용차를 발견하였다.
피고인이 운전한 승용차를 발견하였다.

사회복지 제도 문제점도 짚어 봐야 한다.
→ 사회복지 제도가 지닌 문제점도 짚어 봐야 한다.

어머니 반찬.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반찬.
 어머니가 만드신 반찬.

효과적인 읽기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한국은 브라질과 8강전에서 승리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 한국은 브라질과 벌인[겨룬] 8강전에서 승리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그는 노동자들 처우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 그는 노동자들이 처우를 개선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저는 단순한 디자인 옷을 좋아합니다.
→ 저는 디자인이 단순한 옷을 좋아합니다.
→ 저는 단순하게 디자인한 옷을 좋아합니다.

사람들 생각 공통점을 찾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통점을 찾다.
사람들 생각의 공통점을 찾다.

선진국으로 도약을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

우리는 전문 지식 함양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 우리는 전문 지식을 함양하려고[함양할 목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권 개혁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태도는 국민에게 믿음을 심어 주는 일이다.
현 정권이 개혁을 대하는 가장 본질적인 태도는 국민에게 믿음을 심어 주는 일이다.

국기 게양 및 관리 요령을 학생들에게 지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국기를 게양하고 관리하는 요령을 학생들에게 지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국가 예산의 1/3가량을  유지와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써 왔다.
→ 국가 예산의 1/3가량을 군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아낌없이 써 왔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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