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준비한 두 자료를 봐 주세요.
첫 번째 자료에는 '기록으로 드러난', 두 번째 자료에는 '기록으로 들어난'으로 적혀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인데, 어떤 표기가 바를까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널리 밝혀지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는 '드러나다'입니다. '들어나다'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따라서 첫 번째 자료와 같이 "기록으로 드러난 일제 만행."으로 적어야 바릅니다.
동사 '드러나다'에는 그 밖에도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다', '겉에 나타나 있거나 눈에 띄다', 주로 '드러나게' 꼴로 쓰여 '다른 것보다 두드러져 보이다'의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각각 "구름이 걷히자 산봉우리가 드러났다.", "우리 사회의 성숙은 어떤 사회의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현혹되지는 않을 만큼 된다고 믿고 싶다."≪이문열, 시대와의 불화≫, "작업장의 사기는 급속도로 저하되어 갔다. 조 원장을 대하는 원생들의 눈빛이 드러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이청준, 당신들의 천국≫처럼 씁니다.
참고로,「한글 맞춤법」제15항 [붙임 1]에서는 "두 개의 용언이 어울려 한 개의 용언이 될 적에, 앞말의 본뜻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고, 그 본뜻에서 멀어진 것은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앞말이 본뜻에서 멀어진 것의 용례로 '드러나다'를 들고 있습니다. <해설>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옵니다.
'앞말의 본뜻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두 개의 용언이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가 될 때 앞말의 의미가 유지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에는 앞말의 본모양을 밝혀 적는다. 이와 달리 '앞말이 본뜻에서 멀어진 것'은 단독으로 쓰일 때의 의미가 유지되지 않고 다른 의미로 변화했다는 뜻으로, 이 경우에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늘어나다(늘다) / 늘어지다(늘다)
돌아가다(돌다) / 들어가다(들다) / 떨어지다(떨다)
벌어지다(벌다) / 엎어지다(엎다)
틀어지다(틀다) / 흩어지다(흩다)
위의 예들은 앞말의 본뜻이 유지되고 있어서 본모양대로 적은 것이다. '늘어나다', '돌아가다'에는 '늘다'와 '돌다'의 의미가 유지되고 있으므로 '느러나다', '도라가다'로 적지 않는다. 다만 원래의 의미가 유지되고 있는지를 명백하게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넘어지다', '접어들다'는 '넘다'와 '접다'의 의미가 유지되고 있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둘을 연관 지어 온 전통에 따라 '넘어지다', '접어들다'로 적는다.
이와 달리 앞말이 본뜻에서 멀어진 경우에는 본모양대로 적지 않는다. 예를 들어 '드러나다', '사라지다', '쓰러지다'는 '들다', '살다', '쓸다'의 본뜻이 유지되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쓸다'는 '(빗자루가) 잘 쓸어지다'와는 관련이 있지만 '(나무가) 쓰러지다'와는 의미상 거리가 멀다.
즉, '들다'와 '나다'가 결합한 '들어나다'는 '들다'의 원래 뜻이 유지되고 있다고 하기 어려우므로, 소리 나는 대로 '드러나다'로 적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죠.
아래 A와 B, C와 D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속마음을 드러내다.
B. 속마음을 들어내다.
C. 생선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드러내다.
D. 생선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들어내다.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널리 밝혀지다'를 뜻하는 동사 '드러나다'의 사동사는 '드러내다'입니다. 그래서 동사 '드러내다'는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보이거나 밝히다'를 뜻하죠. 가령, 각각 "어깨를 드러내는 옷차림.", "본색을 드러내다."처럼 씁니다.
위 A와 B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보이거나 밝히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 '드러내다'를 쓴 A가 바릅니다.
이에 반해 동사 '들어내다'는 '물건을 들어서 밖으로 옮기다'나 '사람을 있는 자리에서 쫓아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각각 "창고에서 재고품을 들어내다.", "저놈을 여기서 당장 들어내지 못할까!"와 같이 활용합니다.
위 C와 D에서는 '물건을 들어서 밖으로 옮기다'를 뜻하는 동사 '들어내다'를 쓴 D가 바릅니다.
이처럼 동사 '드러내다'와 '들어내다'는 다른 뜻을 나타내므로 분명히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단어 정리
드러-나다 [드러나다]
→ 활용: 드러나, 드러나니
「동사」
1.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다.
⇒ 썰물 때는 드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2.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널리 밝혀지다.
⇒ 사건의 전모는 드러났지만 아직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3. 겉에 나타나 있거나 눈에 띄다.
⇒ 떳떳지 못한 소실의 집답게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 집일망정 알뜰히 가꾸고 정을 쏟은 티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집이었다.≪박완서, 미망≫
4. ((주로 '드러나게' 꼴로 쓰여)) 다른 것보다 두드러져 보이다.
⇒ 동영의 물음이 신상에 미치자 그녀의 얼굴에는 드러나게 경계의 표정이 어렸다.≪이문열, 영웅시대≫
드러내다 [드러내다]
→ 활용: 드러내어(드러내), 드러내니
「동사」
【…을】
1.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다. '드러나다'의 사동사.
⇒ 사람들은 그것이 혹시 썰물 때만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밀물 때가 되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거대한 산호초 더미가 아닌가 의심했다.≪이청준, 이어도≫
2.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보이거나 밝히다. '드러나다'의 사동사.
⇒ 그는 사람들에게 저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들어-내다 [드러내다]
→ 활용: 들어내어(들어내), 들어내니
「동사」
【…에서 …을】
1. 물건을 들어서 밖으로 옮기다.
⇒ 곡식을 깡그리 들어내 그들이 기거하는 강변 나루터 윗목 토막집으로 걸머지고 갔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2. 사람을 있는 자리에서 쫓아내다.
⇒ 흥, 옛날 상소 하나로 대원군을 들어내듯 왕명이면 수만 일본 군사도 들어낼 줄 아는 모양이야.≪박경리, 토지≫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진실은 반드시 ( 드러난다 / 들어난다 ).
2. 방에서 이삿짐을 ( 드러내다 / 들어내다 ).
3. 하얀 이를 ( 드러내고 / 들어내고 ) 웃다.
4. 그는 어린 시절에 천재성을 ( 드러냈다 / 들어냈다 ).
정답 및 풀이
[정답]
1. 드러난다 2. 들어내다 3. 드러내고 4. 드러냈다
[풀이]
1.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널리 밝혀지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는 '드러나다'입니다.
2. '물건을 들어서 밖으로 옮기다'를 뜻하는 동사는 '들어내다'입니다.
3.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 '드러나다'의 사동사는 '드러내다'입니다. 이때 '드러내다'는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다'를 뜻합니다.
4.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널리 밝혀지다'를 뜻하는 동사 '드러나다'의 사동사는 '드러내다'입니다. 이때 '드러내다'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보이거나 밝히다'를 뜻하죠.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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