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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다듬기/헷갈리는 말, 가려서 쓰기

한국어 vs 한글

 

 

오늘은 '한국어'와 '한글'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A와 B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세종 대왕이 만들어 주신 한국어를 다듬어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B. 세종 대왕이 만들어 주신 한글을 다듬어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 자료에는 '한국어', 두 번째 자료에는 '한글'로 적혀 있습니다. 

'한국어'는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를 가리킵니다. 한편, '한글'은 '우리나라 고유의 글자로서, 세종 대왕이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하여 창제한 훈민정음(訓民正音)을 20세기 이후 달리 이르는 명칭'입니다. '한국어'와 '한글'의 관계는 '영어'와 '알파벳', '중국어'와 '한자', '일본어'와 '가나'의 관계와 같습니다.
세종 대왕이 우리에게 만들어 주신 것은 '한국어'가 아니라 '훈민정음' 즉 '한글'입니다. 세종 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전에도 우리 선조들은 우리말 즉 한국어를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B가 바르게 쓴 문장입니다.

이렇듯, '한국어'와 '한글'을 혼동한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한국어와 한글을 혼동하게 된 배경에 관하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는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의 「한글과 한국어, 혼동하지 말아요」(2019. 10. 21.)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는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게 되었을까?
일제 강점기 동안 '한글'은 우리 고유의 글자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한글'은 '우리의 글자'라는 의미를 넘어, 우리의 언어, 우리의 정신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의 모든 것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글의 이러한 상징성은 한국어를 연구하는 사람을 '한글 학자'가 되게 하였다. 그래서 이 한글 학자들의 모임은 '한글 학회'가 되었고, 그 학회가 펴내는 학술 잡지는 ≪한글≫이 되었다. 이 시기 '한글'은 단순히 한국어를 적는 고유한 문자에 대한 이름이 아니었다. 문자의 이름 그 이상의 엄청난 상징성을 지닌 명칭이 된 것이다. 해외에 있는 한국어 학교가 '한글 학교'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일제 강점기 '한글'을 지키고자 노력한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의 말글살이는 잘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한국어 사용자들로 하여금 문자인 '한글'과 언어인 '한국어'를 혼동하게 만들었고 '한글'에 대한 정확한 지식에 기반한 이해보다는 독단적인 신념을 갖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 더 이상 우리는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한글 지킴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글은 이미 우리 선조들에 의해 지켜졌으니 지킴이는 이제 필요하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한국어를 한글로 적는 일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한글의 사용을 탄압하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우리가 앞으로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한글'이 아니라 '한국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어는 지키는 대상이 아니라 가꾸는 대상이라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의 언어 정보를 제공하는 '에스놀로그'에 따르면 전 세계 한국어 사용자는 2017년 기준으로 7,7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사용자 수 기준으로 우리말 '한국어'가 세계 13위에 해당하는 언어라고 해요.
사용자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어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런 만큼 우리는 '한국어'와 '한글'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정확하게 구별하여 제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글' 소개 글로 오늘 포스팅은 마무리하겠습니다.

"한글은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고유한 글자이다."

한글은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고유한 글자이다. 1443년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세종대왕이 창제하였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든 글자이다.
사람의 신체 중 소리를 내는 기관(입, 혀, 입안, 목구멍)의 모양을 본떠 자음 17자와 하늘, 땅, 사람의 모양을 본떠 모음 11자 등 총 28자의 문자를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자음 14개, 모음 10개 등 모두 24개의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단어 정리
한국-어(韓國語) [한ː구거]

「명사」

『언어』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 형태상으로는 교착어이고, 계통적으로는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반도 전역 및 제주도를 위시한 한반도 주변의 섬에서 쓴다. 어순(語順)은 주어, 목적어(또는 보어), 술어의 순이며 꾸미는 말이 꾸밈을 받는 말의 앞에 놓이는 것 따위의 특성이 있다. ≒한국말, 한말, 한어.


한글 [한ː글]

「명사」

우리나라 고유의 글자. 음소 문자인데 그보다 더 발전된 자질 문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세종 대왕이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하여 창제한 훈민정음을 20세기 이후 달리 이르는 명칭이다. 1446년 반포될 당시에는 28자모(字母)였지만, 현행 한글 맞춤법에서는 24자모만 쓴다.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그 외국인은 ( 한국어 / 한글 )이(가) 서툴러서 말을 더듬더듬하였다.

2. ( 한국어 / 한글 )이(가) 비속어로 오염되고 있다.

3. ( 한국어 / 한글 )의 보급과 더불어 문맹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4. 우리의 ( 한국어 / 한글 )은(는) 세계 어느 문자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다.

 

정답 및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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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 한국어    2. 한국어    3. 한글    4. 한글 

 

[풀이]

1~2.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르는 말은 '한국어'입니다.

3~4. '우리나라 고유의 글자'를 가리키는 말은 '한글'입니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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