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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다듬기/헷갈리는 말, 가려서 쓰기

예상지 vs 예상치, 익숙지 vs 익숙치, 서슴지 vs 서슴치

 

오늘은 어간의 끝음절 '하'가 줄어들 때 어떻게 적어야 바른지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안전공지

 

출처 - MBC, <같이 펀딩> 제8회

 

첫 번째 자료에는 '예상지', 두 번째 자료에는 '예상치'로 적혀 있습니다.

 

출처 - 공공누리, 한국관광공사

 

출처 - KBS, <뉴스 9일> 2018년 6월 8일 자

 

그리고 세 번째 자료에는 '익숙지', 네 번째 자료에는 '익숙치'로 적혀 있습니다. 어떤 표기가 바른지 살펴볼까요.

「한글 맞춤법」제40항은 어간의 끝음절 '하'가 줄어드는 방식은 두 가지라고 규정합니다.

첫째, 어간의 끝음절 '하'가 통째로 줄지 않고 'ㅎ'이 남아 뒤에 오는 말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가 되는 경우에는 소리 나는 대로 적습니다. 예를 들면, '간편하게'가 [간편케]가 되면 '간편케'로 적어요. 

둘째, 어간의 끝음절 '하'가 통째로 줄 적에는 준 대로 적습니다. 이때도 소리 나는 대로 적습니다. 예를 들면, '생각하건대'가 줄어들면 '생각건대'로 적습니다.

제40항 <해설>에서는 '하'가 줄어드는 기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하'가 줄어드는 기준은 '하' 앞에 오는 받침의 소리이다. '하' 앞의 받침의 소리가 [ㄱ, ㄷ, ㅂ]이면 '하'가 통째로 줄고 그 외의 경우에는 'ㅎ'이 남는다.

[ㄱ] 넉넉하지 않다 → 넉넉지 않다 → 넉넉잖다
[ㄷ] 깨끗하지 않다 → 깨끗지 않다 → 깨끗잖다
[ㅂ] 답답하지 않다 → 답답지 않다 → 답답잖다

[ㄴ] 결근하고자 → 결근코자
[ㄹ] 분발하도록 → 분발토록
[ㅁ] 무심하지 → 무심치
[ㅇ] 회상하건대 → 회상컨대
[모음] 개의하지 → 개의치

 

즉, '-하지'가 줄어들 때 '-지'가 되느냐 '-치'가 되느냐는 어간의 끝음절 '하' 앞의 받침의 소리가 무성음(無聲音: 성대를 진동시키지 않고 내는 소리)이냐, 유성음(有聲音: 발음할 때 목청이 떨려 울리는 소리)이냐에 달렸습니다.

따라서 '하' 앞의 받침의 소리가 유성음 [ㅇ]인 '예상하지'가 줄어들면 두 번째 자료처럼 '예상치'로 쓰고, '하' 앞의 받침의 소리가 무성음 [ㄱ]인 '익숙하지'가 줄어들면 세 번째 자료처럼 '익숙지'로 써야 바릅니다.

 

 

출처 - 공공누리, 대전광역시

 

출처 - 김시행 저, 김영사,『침묵의 천둥소리』22쪽

 

그리고 다섯 번째 자료에는 '서슴지', 여섯 번째 자료에는 '서슴치'로 적혀 있는데, 어떤 표기가 바를까요?

'서슴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 어떤 행동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입니다. 흔히 '서슴다'의 어간 '서슴-' 뒤에 그 움직임이나 상태를 부정하거나 금지하려 할 때 쓰이는 연결 어미 '-지'를 붙여 '서슴지' 꼴로 '않다', '말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입니다. 예를 들면, "그는 서슴지 않고 비평한다.", "내 물음에 서슴지 말고 대답하라."와 같이 씁니다.
따라서 다섯 번째 자료의 '서슴지'와 같이 써야 바릅니다. 

그런데 '무심하다'가 어미 '-지'와 결합할 때 '무심치'로 바뀌는 것과 연관 지어, '서슴하다'에 어미 '-지'가 결합해 '서슴치'로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습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 어떤 행동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를 뜻하는 동사는 '서슴하다'가 아니라 '서슴다'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기본형이 '서슴다'이기 때문에 '서슴지'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즉, '서슴하다'는 표준어가 아니므로 '서슴하지'나 '서슴치'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한글 맞춤법」제40항 
: 어간의 끝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될 적에는 거센소리로 적는다.
<본말 → 준말>
간편하게 → 간편케
연구하도록 → 연구토록
가하다 → 가타
다정하다 → 다정타
정결하다 → 정결타
흔하다 → 흔타

[붙임 2] 어간의 끝음절 '하'가 아주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

<본말 → 준말>
거북하지 → 거북지
생각하건대 → 생각건대
생각하다 못해 → 생각다 못해
깨끗하지 않다 → 깨끗지 않다
넉넉하지 않다 → 넉넉지 않다
못하지 않다 → 못지않다
섭섭하지 않다 → 섭섭지 않다
익숙하지 않다 → 익숙지 않다

 

단어 정리
-지

1. (용언의 어간이나 어미 '-으시-', '-었-' 뒤에 붙어) 그 움직임이나 상태를 부정하거나 금지하려 할 때 쓰이는 연결 어미. '않다', '못하다', '말다' 따위가 뒤따른다.
→ 춥지 않다.
→ 좋지 못하다.
→ 가지 마라.


서슴다 [서슴따]

(흔히 '서슴지' 꼴로 '않다', '말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여)
1.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 서슴지 말고 대답해라.

2.【…을】【-기를】어떤 행동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 그 사람은 귀찮은 일에 나서기를 서슴지 않는다.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 녹록지 / 녹록치 ) 않은 현실 속에서도 희망과 낙관을 갖고 있다면 사람들은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다.

2. 그는 초고속 카메라를 ( 익숙게 / 익숙케 ) 다뤘다.

3. 하늘은 ( 무심지 / 무심치 ) 않다.

4. 북한이 노골적인 도발 위협을 ( 서슴지 / 서슴치 ) 않고 있다.

5. 어찌 언행을 ( 삼가하지 / 삼가지 / 삼가치 ) 않으랴!
 

 

정답 및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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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 녹록지    2. 익숙게    3. 무심치    4. 서슴지    5. 삼가지  

 

[풀이]

1~2. '하' 앞의 받침의 소리가 무성음 [ㄱ]이면 '하'가 통째로 줄어듭니다. 즉, "어간의 끝음절 '하'가 아주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라는 규정에 따라, '녹록하지'의 준말은 '녹록지'이고 '익숙하게'의 준말은 '익숙게'입니다. 

2. '익숙게'가 부자연스럽다면 '익숙하게'로 써도 됩니다.

3. '하' 앞의 받침의 소리가 [ㄱ, ㄷ, ㅂ] 외의 경우에는 'ㅎ'이 남습니다. 즉, "어간의 끝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될 적에는 거센소리로 적는다."라는 규정에 따라, '무심하지'는 '무심치'로 줄어듭니다.

4. '서슴지'는 '서슴다'의 어간 '서슴-'에 어미 '-지'를 결합한 표현이므로,「한글 맞춤법」제40항과 관련이 없습니다.

5.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 꺼리는 마음으로 양(量)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아니하도록 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는 '삼가다'입니다. '삼가하다'는 '삼가다'의 비표준어입니다. 그러므로 '삼가-'를 어간으로 하여 활용한 '삼가지'가 바릅니다. '삼가지' 역시「한글 맞춤법」제40항과 관련이 없습니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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