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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다듬기/헷갈리는 말, 가려서 쓰기

안절부절하다 vs 안절부절못하다

 

오늘은 자주 헷갈리는 말인 '안절부절하다'와 '안절부절못하다'를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A와 B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안절부절하다.
    B.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안절부절못하다.

 

우선, 부사 '안절부절'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다.", "전차에 올라타자 조바심은 더욱 심해지고 안절부절 견딜 수가 없었다.≪이호철, 소시민≫"와 같이 쓰입니다.

그럼, 부사 '안절부절'을 동사로 만들면 '안절부절하다'일까요, '안절부절못하다'일까요?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는 '안절부절못하다'입니다. 그래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안절부절못하다.", "그는 긴장을 했는지 옷 앞자락을 구깃거리며 안절부절못했다."와 같이 쓸 수 있죠.

「표준어 규정」제1부 제3장 제25항은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그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규정합니다.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이 국어를 풍부하게 하기보다는 혼란을 야기한다는 판단에서 어느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은 것입니다.
그 한 용례로 '안절부절하다'와 '안절부절못하다'를 들고 있어요. 즉, '안절부절하다'는 버리고 '안절부절못하다'를 표준어로 삼습니다.

<해설>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옵니다.

'안절부절못하다'와 '안절부절하다'에서, '안절부절하다'는 부정어를 빼고 쓰면서도 의미는 반대가 되지 않고 부정어가 있는 '안절부절못하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특이한 용법인데, 오용(誤用)으로 판단되어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참고로, '안절부절'과 '못하다'의 조합에 관한 설명을 2016년 당시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이 쓴 글 <안절부절못하다, 엉터리없다>(한국일보 2016년 5월 15일 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안절부절'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인데, 이를 동사로 표현할 때에는 '안절부절하다'가 아니라 '안절부절못하다'로 해야 한다. '안절부절'이 '초조하거나 불안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못하다'가 '안절부절'의 상태를 강조하는 말로 쓰여서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어찌할 바를 모르다'는 뜻이 된 것이다.

'엉터리없다'도 부정적인 의미의 말들이 합쳐져서 뜻을 강조하는 말이 된 경우이다. '엉터리'는 '터무니없는 말이나 행동'을 뜻하는데, 여기에 '없다'라는 부정어가 그 뜻을 강조하는 말로 쓰여 '엉터리없다'는 '정도나 내용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뜻이 된 것이다.

 

이렇듯 '안절부절하다'는 '안절부절못하다'의 잘못된 표현이므로, B가 바르게 쓴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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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부사 '안절부절'을 동사로 표현하면 '안절부절하다'가 바르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기에 참고삼아 소개합니다.

2012년 당시 충북대학교 장충덕 교수는 글 <'안절부절못하다'와 '안절부절하다'>(충청투데이 2012년 9월 18일 자)에서 부사 '안절부절'의 동사는 의미상 '안절부절하다'가 더 맞는 형태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언중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무조건 표준어로 정하기보다는 의미적으로 더 적합한 말인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피력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안절부절'이라는 부사도 있다. '안절부절'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다."나 "조바심은 더욱 심해지고 안절부절 견딜 수가 없었다."와 같이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라는 뜻의 동사는 부사 '안절부절'에 접미사 '-하다'가 결합한 '안절부절하다'가 의미상으로 더 맞는 형태이다. 우리말에서 '달리하다', '어찌하다', '오죽하다', '개굴개굴하다', '비틀비틀하다' 등과 같이 부사에 접미사 '-하다'가 결합하여 동사나 형용사를 만드는 경우는 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안절부절못하다'가 표준어가 된 것은 표준어 규정에 따른 것이다. 표준어 규정 제25항에 보면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그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하면서 '안절부절못하다'를 그 예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국민들의 언어생활을 혼란스럽게 하는 측면이 있다. 의미상으로 보다 관련이 있는 '안절부절하다'를 버리고 '안절부절못하다'를 표준어로 인정함으로써 도리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언중들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표준어로 정한다는 원칙을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어떤 말이 의미적으로 더 적합한 말인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2004년 당시 중부매일 조혁연 기자도 글 <'안절부절' 어원>(2004년 1월 23일 자)에서 부사 '안절부절'의 어원은 '안주부득(安住不得)'이므로, '안절부절못하다'가 아니라 '안절부절하다'가 바르다고 설명합니다.

뭔가 초조하고 불안할 때 '안절부절'이라는 표현을 쓴다. 가령 "가족들은 수술 결과를 기다리며 안절부절했다." 정도가 된다. '안절부절', 어디서 왔을까. 네 글자로 되어 있는 것이 언뜻 보면 고사성어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표현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자에 선이 닿아 있다.
국보 303호로 조선 시대 출납 기록인 승정원 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안주부득(安住不得)'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직역하면 '불안하여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학자들은 이것이 오늘 문제의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다. '안주부득'이 성 밖을 나와 대중어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안절부절'로 바뀌었다.

(중략)

그러나 앞서 설명한 '안절부절'은 표현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많은 사람이 '못하다' 자를 붙여 '안절부절못하다'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이었다." 정도가 된다. 그러나 '안절부절'에는 이미 '못하다'의 뜻이 들어 있다. 이른바 역전앞, 모래사장과 같은 경우다. 따라서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지었다."는 "안절부절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맞다.

 

 

단어 정리
안절-부절 [안절부절]

「부사」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
⇒ 흥선은 정침으로 들어왔지만 마음이 내려앉지 않는 듯이 안절부절 윗목 아랫목으로 거닐고 있었다.≪김동인, 운현궁의 봄≫



안절부절-못하다 [안절부절모타다]

→ 활용: 안절부절못하여(안절부절못해), 안절부절못하니

「동사」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
⇒ 마치 그것이 뭔가 단단히 잘못된 일이기나 한 듯이 익삼 씨는 얼른 대답을 가로채면서 안절부절못하는 태도였다.≪윤흥길, 완장≫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어머니는 애달아서 ( 안절부절 하셨다 / 안절부절하셨다 / 안절부절 못하셨다 / 안절부절못하셨다 ).

 

정답 및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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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 안절부절못하셨다 

 

[풀이]

1.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의 뜻을 나타낼 때는 '안절부절하다'가 아니라 '안절부절못하다'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안절부절못하다'는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바릅니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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