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볼 '문장의 군더더기'는 동의(同義) 중복입니다.
1. '동의 중복'이란?
'동의 중복'이란 같은 뜻을 가진 말을 거듭하는 것을 이릅니다. 같은 뜻의 말이 겹쳐서 된 말을 '겹말'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겹말은 한자어나 외국어ㆍ외래어에 우리말을 덧붙인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다가 굳어진 경우가 많아요. 가령, '역의 앞쪽'을 뜻하는 '역전(驛前)'에 '앞'이라는 단어가 붙은 '역전 앞'과 '머리 모양에 따라 꼭 맞게 된 납작한 모자'를 뜻하는 '캡(cap)'에 '모자'가 덧붙은 '캡모자'가 있습니다.
드물게 '탄신일(誕辰日)'의 '날 신(辰)' 자와 '날 일(日)' 자처럼 같은 뜻의 한자어 두 개가 겹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찰 축(蹴)' 자와 '공 구(球)' 자로 이뤄진 '축구'는 '주로 발로 공을 차서 상대편의 골에 공을 많이 넣는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경기'의 뜻을 나타내어 차는 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축구를 차다'라고 하는 것 또한 동의 중복 표현입니다.
그런데 겹말 중에는 표준어로 인정되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것들도 더러 있습니다. 많은 이가 널리 사용하고 이미 관용적 표현으로 굳어졌다고 판단되는 경우, 단어의 뜻을 더욱 명확하게 해 주거나 강조의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해당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처(妻)의 집'을 뜻하는 '처가(妻家)'에 다시 '집'을 붙인 '처갓집',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르는 집'인 상가(喪家)'에 다시 '집'을 붙인 '상갓집', '오래된 나무'를 뜻하는 '고목(古木)'에 '나무'가 붙은 '고목나무', '모래'에 '모래벌판'을 뜻하는 '사장(沙場)'이 붙은 '모래사장' 등을 들 수 있어요.
동의 중복 표현은 편의상 명사형, 수식형, 서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표현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아요.
명사형
1월(月)달 → 1월
⇒ '월(月)' 자가 '달'을 뜻하므로, 굳이 뒤에 '달'을 덧붙일 필요가 없음
1일(日)날 → 1일
⇒ '일(日)' 자가 '날'을 뜻하므로, 굳이 뒤에 '날'을 덧붙일 필요가 없음
가사(家事)일 → 가사
⇒ '사(事)' 자가 '일'을 뜻하므로, '가사'는 '일'이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약수(藥水)물 → 약수
⇒ '수(水)' 자가 '물'을 뜻하므로, '약수'는 '물'이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황토(黃土) 흙 → 황토
⇒ '토(土)' 자가 '흙'을 뜻하므로, 굳이 뒤에 '흙'을 덧붙일 필요가 없음
동해(東海) 바다 → 동해
⇒ '해(海)' 자가 '바다'를 뜻하므로, 굳이 뒤에 '바다'를 덧붙일 필요가 없음
철교(鐵橋) 다리 → 철교
⇒ '교(橋)' 자가 '다리'를 뜻하므로, 굳이 뒤에 '다리'를 덧붙일 필요가 없음
폭음(爆音) 소리 → 폭음
⇒ '음(音)' 자가 '소리'를 뜻하므로, 굳이 뒤에 '소리'를 덧붙일 필요가 없음
무궁화(無窮花) 꽃 → 무궁화
⇒ '화(花)' 자가 '꽃'을 뜻하므로, 굳이 뒤에 '꽃'을 덧붙일 필요가 없음
대관령(大關嶺) 고개 → 대관령
⇒ '령(嶺)' 자가 '고개'를 뜻하므로, 굳이 뒤에 '고개'를 덧붙일 필요가 없음
노랑색 → 노란빛 / 노란색 / 노랑
⇒ '노랑'은 '노란 빛깔이나 물감'의 뜻을 나타내므로, 굳이 뒤에 '색'을 덧붙일 필요가 없음
라인(line) 선 줄 → 금 / 선 / 줄 / 라인
⇒ '라인(line)'은 '그어 놓은 금이나 줄'을 뜻하고 '선'과 동의어이므로, 굳이 뒤에 '선'과 '줄'을 덧붙일 필요가 없음
호피(虎皮) 가죽 → 호피 / 호랑이 가죽
⇒ '피(皮)' 자가 '가죽'을 뜻하므로, 굳이 뒤에 '가죽'을 덧붙일 필요가 없음
수식형
남은 여생(餘生) → 여생 / 남은 생
⇒ '여(餘)' 자가 '남다'를 뜻하므로, '여생'은 '남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넓은 광장(廣場) → 광장 / 넓은 빈터
⇒ '광(廣)' 자가 '넓다'를 뜻하므로, '광장'은 '넓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따뜻한 온정(溫情) → 온정 / 따뜻한 정
⇒ '온(溫)' 자가 '따뜻하다'를 뜻하므로, '온정'은 '따뜻하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아름다운 미녀(美女) → 미녀 / 아름다운 여자
⇒ '미(美)' 자가 '아름답다'를 뜻하므로, '미녀'는 '아름답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어지러운 난국(亂局) → 난국 / 어지러운 판국
⇒ '란(亂)' 자가 '어지럽다'를 뜻하므로, '난국'은 '어지럽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좋은 호평(好評) → 호평 / 좋은 평가
⇒ '호(好)' 자가 '좋다'를 뜻하므로, '호평'은 '좋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푸른 창공(蒼空) → 창공 / 푸른 하늘
⇒ '창(蒼)' 자가 '푸르다'를 뜻하므로, '창공'은 '푸르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새로운 신세계(新世界) → 신세계 /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신제품(新製品) → 신제품 / 새로운 제품
⇒ '신(新)' 자가 '새롭다'를 뜻하므로, '신세계'와 '신제품'은 '새롭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타고난 선천적(先天的) 재능 → 타고난 재능 / 선천적 재능
⇒ '선천적(先天的)'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을 뜻하기 때문에, 굳이 앞에 '타고난'이라는 표현을 다시 쓸 필요가 없음
서술형
유언(遺言)을 남기다 → 유언하다 / 말을 남기다
⇒ '유(遺)' 자가 '남기다'를 뜻하므로, '유언'은 '남기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곧바로 직행(直行)하다 → 직행하다 / 곧바로 가다
⇒ '곧(直)' 자가 '곧, 바로'를 뜻하므로, '직행'은 '곧바로'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수확(收穫)을 거두다 → 수확하다 / 거두다
⇒ '수(收)' 자와 '확(穫)' 자 모두 '거두다'를 뜻하므로, '수확'은 '거두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최고(最高) 으뜸이다 → 최고다 / 으뜸이다
⇒ '최(最)' 자가 '가장, 으뜸'을 뜻하므로, '최고'는 '으뜸'이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축구(蹴球)를 차다 → 축구하다 / 공을 차다
⇒ '축(蹴)' 자가 '차다'를 뜻하므로, '축구'는 '차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박수(拍手)를 치다 → 박수하다 / 손뼉을 치다
⇒ '박(拍)' 자가 '치다'를 뜻하므로, '박수'는 '치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결연(結緣)을 맺다 → 결연하다 / 인연을 맺다
결실(結實)을 맺다 → 결실하다 / 결실을 거두다[보다] / 열매를 맺다
⇒ '결(結)' 자가 '맺다'를 뜻하므로, '결연'과 '결실'은 '맺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상을 수상(受賞)하다 → 수상하다 / 상을 받다
⇒ '상(賞)' 자가 '상'을 뜻하므로, '수상'은 '상'이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함께 동행(同行)하다 → 동행하다 / 함께 가다
⇒ '동(同)' 자가 '함께'를 뜻하므로, '동행'은 '함께'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회의(懷疑)를 품다 → 회의하다 / 의심을 품다
⇒ '회(懷)' 자가 '품다'를 뜻하므로, '회의'는 '품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둘로 양분(兩分)하다 → 양분하다 / 둘로 나누다
⇒ '량(兩)' 자가 '두, 둘'을 뜻하므로, '양분'은 '둘'이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참고 인내(忍耐)하다 → 인내하다 / 참고 견디다
⇒ '인(忍)' 자가 '참다'를 뜻하므로, '인내'는 '참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미리 예약(豫約)하다 → 예약하다 / 미리 약속하다
⇒ '예(豫)' 자가 '미리'를 뜻하므로, '예약'은 '미리'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회고(回顧)해 보다 → 회고하다 / 되돌아보다 / 돌이켜보다
⇒ '고(顧)' 자가 '돌아보다'를 뜻하므로, '회고'는 '보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과반수(過半數) 이상이다 → 과반수다 / 반수 이상이다
과반수(過半數)가 넘다 → 과반수다 / 과반수가 되다 / 반수가 넘다
⇒ '과(過)' 자가 '넘다, 초과하다'를 뜻하므로, '과반수'는 '이상, 넘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시범(示範)을 보이다 → 시범하다 / 모범을 보이다
⇒ '시(示)' 자가 '보이다'를 뜻하므로, '시범'은 '보이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연휴(連休)가 계속되어 → 연휴가 되어 / 연휴라 / 휴일이 계속되어
⇒ '련(連)' 자가 '잇닿다, 연속하다'를 뜻하므로, '연휴'는 '계속되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왼쪽으로 좌회전(左回轉)하다 → 좌회전하다 / 왼쪽으로 회전하다[돌다]
⇒ '좌(左)' 자가 '왼, 왼쪽'을 뜻하므로, '좌회전'은 '왼쪽'이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허송세월(虛送歲月)을 보내다 → 허송세월하다 / 세월을 헛되이 보내다
⇒ '송(送)' 자가 '보내다'를 뜻하므로, '허송세월'은 '보내다'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말로 형언(形言)할 수 없다 → 형언할 수 없다 / 형용하여 말할 수 없다
⇒ '언(言)' 자가 '말'을 뜻하므로, '형언'은 '말'이라는 뜻을 본디 포함하고 있음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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