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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다듬기/헷갈리는 말, 가려서 쓰기

그러고 나서 vs 그리고 나서

 

 

오늘은 '그러고 나서'와 '그리고 나서'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A와 B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숙제부터 해. 그러고 나서 놀아라.

B. 숙제부터 해. 그리고 나서 놀아라. 

 

'그렇게 하다'나 '('ㄹ 것을 그리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과 반대되게 행동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는 '그리하다'입니다. '그리하다'의 준말은 '그러다'고요.

보조 동사 '나다'는 동사 뒤에서 '-고 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끝났음을 나타냅니다. "일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가고 나니 마음이 허전했다."와 같이 쓰죠.

따라서 동사 '그러다'에 '-고 나서'가 연결된 말은 A의 '그러고 나서'입니다.

참고로,《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옵니다.

"밥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이를 닦았다."를 흔히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이를 닦았다."라고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고 나서' 앞에는 동사만이 오기 때문에 동사가 아닌 '그리고'는 올 수 없다.

 

즉, '보고 나서', '오고 나서', '하고 나서'처럼 '-고 나서'는 동사 뒤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단어, 구, 절, 문장 따위를 병렬적으로 연결할 때 쓰는 접속 부사입니다. 접속 부사는 단독으로 쓰이며, 보조 동사나 보조사가 붙을 수 없어요. 따라서 접속 부사 '그리고' 다음에 '-고 나서'가 결합한 B의 '그리고 나서'는 A의 '그러고 나서'의 잘못된 표현입니다.

끝으로, "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에 정진했죠."의 '그리고는' 또한 '그러고는'을 잘못 쓴 것입니다. 접속 부사 다음에는 보조사가 붙지 않으므로 '그리고는'과 같은 구성은 잘못입니다. '그런데는', '그래서는', '그러므로는' 등이 어법상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단어 정리
그리-하다 [그리하다]

→ 활용: 그리하여(그리해), 그리하니

「동사」

1. 그렇게 하다.
⇒ 네가 그리하면 동생이 뭘 보고 배우겠니?
「준말」 그러다

2.【…을】(('ㄹ 것을 그리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과 반대되게 행동하다.
⇒ 열차가 떠났다니. 조금만 더 서두를 것을 그리했어.
「준말」 그러다


그러다 [그러다]

→ 활용: 그래, 그러니

「동사」

1. '그리하다'의 준말.
⇒ 당신 혼자 결정하다니, 그러는 법이 어디 있어요?

2. '그리하다'의 준말.
⇒ 마감이 되기 전에 수강 신청부터 할 것을 그랬어.

3.【-고】그렇게 말하다.
⇒ 그가 바빠서 가지 못하겠다고 그러거든 나에게 전화해 달라고 해라.

※ "밥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이를 닦았다."를 흔히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이를 닦았다."라고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고 나서' 앞에는 동사만이 오기 때문에 동사가 아닌 '그리고'는 올 수 없다.


-고

「어미」

6. (('-고 있다', '-고 싶다', '-고 지고', '-고 나다', '-고 보다', '-고 보니', '-고 보면', '-고 말다', '-고 들다' 등 보조 용언이 있는 구성에서)) 본용언에 붙는 연결 어미.
⇒ 숙제부터 하고 나서 놀아라.


나다 [나다]

→ 활용: 나, 나니

[Ⅱ] 「보조 동사」

1. (동사 뒤에서 '-어 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끝내어 이루었음을 나타내는 말.
⇒ 겪어 나다.

2. (동사 뒤에서 '-고 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끝났음을 나타내는 말.
⇒ 정옥이는 남편을 뚝 떠나보내고 나니, 그야말로 시원섭섭하였다.≪염상섭, 올수≫


그리고 [그리고]

「부사」

단어, 구, 절, 문장 따위를 병렬적으로 연결할 때 쓰는 접속 부사.
⇒ 너 그리고 나.
⇒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다.

※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이를 닦았다."와 같이 '그리고'에 '나서'를 결합하여 쓰는 것은 잘못이다. '-고 나서' 앞에는 동사만이 오기 때문에 동사가 아닌 '그리고'와 결합하여 쓰는 것은 잘못이다.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작년에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했어요. ( 그러고 나서 / 그리고 나서 )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죠.

2. 저녁부터 먹자. ( 그러고 나서 / 그리고 나서 / 그리하고 나서 ) 영화 보자.

 

정답 및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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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 그러고 나서    2. 그러고 나서, 그리하고 나서

 

[풀이]

1~2. 보조 동사 '나다'는 동사 뒤에서 '-고 나다' 구성으로 쓰입니다. 즉, '-고 나서' 앞에는 동사만 오죠. '그리고'는 단어, 구, 절, 문장 따위를 병렬적으로 연결할 때 쓰는 접속 부사이므로 '그리고 나서'의 형태로 쓸 수 없습니다.

2. 동사 '그러다'는 '그리하다'의 준말이므로, '그러고 나서' 또는 '그리하고 나서'라고 써야 바릅니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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