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휘 다듬기/헷갈리는 말, 가려서 쓰기

방년 vs 향년

 

 

 

 

오늘은 '방년'과 '향년'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아래 자료부터 봐 주세요.

 

출처 - MBC, <놀면 뭐 하니> 제155회

 

자막의 '향년' 위에 물음표가 달려 있습니다. 하나도 아닌 세 개나요. 왜 그럴까요?

'누릴 향(享)' 자와 '해 년(年)' 자로 이루어진 '향년(享年)'은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를 의미합니다. 즉, '향년'은 죽을 때의 나이를 말할 때 쓰는 것으로 생존해 있는 사람에게 써서는 안 되는 말이죠. "그는 향년 69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선생님은 향년 98세로 영면하셨습니다."처럼 활용됩니다.

이제 위 자막에 왜 물음표가 세 개나 달렸는지 아시겠죠.

아마도 '십팔 세'를 강조하기 위해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나이'를 뜻하는 '방년'을 쓴다는 것이 '향년'으로 잘못 쓴 것 같아요.

'꽃다울 방()' 자와 '해 년()' 자로 이루어진 '방년(芳年)'은 "방년의 처녀.", "가만히 그 노래를 들으려니까 방년이 되었어도 피지 못하고 애꿎이 죽은 배뱅이라는 처녀의 설움인 듯하였다.≪한설야, 탑≫"와 같이 씁니다.

아래 자료가 '방년'을 바르게 사용한 예입니다.

출처 - 대한뉴스 제691호

 

이제 '방년'과 '향년'의 차이를 아시겠죠. 둘의 뜻이 분명히 다르므로 잘 구별해서 써야겠습니다.

참고로, 한국경제 홍성호 기자의 <50대의 '향년', 그 어색함에 대하여>라는 글에는 '향년'이라는 말은 연령대에 따라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견해가 있기에 소개합니다.

'향년 81세'는 괜찮은데, '향년 55세'는 왠지 어색하다. (중략)

'향년(享年)'이란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다. 죽은 사람의 나이를 가리킬 때 쓴다. '향(享)'이 '누릴 향' 자다. 우리는 '누리다'를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마음껏 즐기거나 맛본다는 뜻으로 배우고 익혔다. 행복이나 영화, 자유, 권세, 인기, 풍요 등을 누린다. 50대의 부고에서 '향년'을 썼을 때 느껴지는 어색함은 '삶을 누렸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한 나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하물며 30~40대라면 더할 것이다.

글쓰기에서 '상투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형화된 말투를 변형해 써야 한다. 가령 "31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같은 표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벤처 1세대 ◇◇◇ 씨, 54세 일기로 별세." 정도면 자연스럽다. '일기(一期)'란 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즉 한평생을 뜻하는 말이다. "그는 아깝게도 4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식으로,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쓸 수 있다.

 

 

끝으로, '어른의 나이를 높여 이르는 말'은 '춘추(春秋)'입니다. 그래서 "선생님, 올해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나는 먼저 그녀의 아버님께 춘추가 어떻게 되시는지 여쭈어보았다."와 같이 쓴답니다. 

 

 


 

단어 정리
방년(芳年) [방년]

→ 비슷한말: 방춘(芳春)

「명사」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나이. ≒방령.
⇒ 방년 십팔 세.


향년(享年) [향ː년]

「명사」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 죽을 때의 나이를 말할 때 쓴다.
⇒ 향년 83세를 일기(一期)로 별세하다.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그는 ( 방년 / 향년 ) 78세를 일기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쳤다.

2. ( 방년 / 향년 ) 스물의 꽃다운 나이. 

3. 선생님의 유족은 선생님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 방년 / 향년 ) 81세였다.

 

정답 및 풀이

 

더보기

[정답] 

1. 향년    2. 방년    3. 향년

 

[풀이]

1., 3.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를 뜻하는 말은 '향년(享年)'입니다.

2.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나이'를 뜻하는 말은 '방년(芳年)'입니다. 참고로, '방년'은 "방년 십팔 세 아가씨."처럼 여성에게 주로 쓰지만, 남녀의 구별 없이 쓸 수 있는 말입니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반응형

'어휘 다듬기 > 헷갈리는 말, 가려서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굽신 vs 굽실  (2) 2023.03.01
본따 vs 본떠  (0) 2023.02.08
껍데기 vs 껍질  (0) 2023.01.11
열음 vs 엶  (4) 2023.01.04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