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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다듬기/헷갈리는 말, 가려서 쓰기

벌리다 vs 벌이다

 

 

 

오늘은 '벌리다'와 '벌이다'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A와 B, C와 D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사업을 벌리다.
B. 사업을 벌이다.

C. 격차를 벌리다.
D. 격차를 벌이다.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는 '벌이다'입니다. 예를 들어, "그가 벌인 일 중에 완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백화점은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판촉 활동을 벌였다."처럼 씁니다.

동사 '벌이다'는 "장기판을 벌이다."처럼 '놀이판이나 노름판 따위를 차려 놓다'라는 뜻도 있고, "책을 많이 벌여 놓고 공부했다."와 같이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리고 "철은 주된 장터인 읍사무소 앞 공터로 가서 전에 윤호 어머니가 전을 벌이고 있던 곳을 찾아보았다.≪이문열, 변경≫"처럼 '가게를 차리다'라는 뜻도 있고, "친구와 논쟁을 벌이다."와 같이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한편,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라는 뜻의 동사는 '벌리다'입니다. 그래서 "줄 간격을 벌리다.",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동사 '벌리다'는 "생선의 배를 갈라 벌리다."와 같이 '껍질 따위를 열어 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를 뜻하기도 하고, "자루를 벌리다."처럼 '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또한, '일을 하여 돈 따위를 얻거나 모으다'라는 뜻의 동사 '벌다'의 피동사로 '일을 하여 돈 따위가 얻어지거나 모이다'를 뜻하기도 해요.

따라서 A와 B 중에서는 B와 같이 "사업을 벌이다."로, C와 D 가운데서는 C처럼 "격차를 벌리다."로 써야 바릅니다.

'벌이다'를 써야 할 자리에 '벌리다'를 잘못 쓰는 일이 많은데, 동사 '벌리다'와 '벌이다'는 뜻이 다른 개별 단어이므로 잘 구별하여 써야 합니다.

아직도 두 동사가 혼동된다면, 서울신문 오명숙 어문부장의 다음 글(<[똑똑 우리말] 벌이다와 벌리다> 中)이 도움 될 거예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시작하거나 널리 펼쳐 놓는 것은 '벌이는', 모습을 달라지게 하거나 무엇을 여는 것은 '벌리는' 행위다. 대체로 일이나 잔치·사업·조사·좌판·싸움·논쟁 등에는 '벌이다'를, 간격·차이·손·양팔·입·틈새 등에는 '벌리다'를 쓰면 된다.

 

참고로, "자신의 이력을 떠벌리다."처럼 '이야기를 과장하여 늘어놓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동사는 '떠벌리다'이고, "그는 사업을 떠벌여 놓고 곤욕을 치르고 있다."와 같이 '굉장한 규모로 차리다'라는 뜻의 동사는 '떠벌이다'입니다. 열린순창 이혜선 편집위원의 다음 글(<아어우리말(67)/ 잔치를 벌릴까? 벌일까?> 中)을 소개하며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야기를 과장하여 늘어놓다'를 뜻하는 '떠벌리다'는 '떠+벌리다'의 형태로 '필요 이상으로 입을 벌리다'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굉장한 규모로 차리다'를 뜻하는 '떠벌이다' 역시 '벌이다'가 '잔치를 벌이다'에서처럼 '일을 계획해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는 의미이므로 '떠벌이다'는 큰 규모로 일을 펼쳐 놓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다스럽게 여기저기 떠드는 사람을 낮잡아 이를 때 '떠벌이'라고 해야 할까? '떠버리'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를 과장하여 늘어놓다'를 뜻하는 말이 '떠벌리다'이므로 이때는 '떠버리'가 맞고 '떠벌이'는 잘못된 경우다.

 

 

 

단어 정리
벌리다 [벌ː리다]

→ 활용: 벌리어(벌려), 벌리니

「동사」

【…을】

「1」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
  ⇒ 가랑이를 벌리다.

「2」껍질 따위를 열어 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
  ⇒ 밤송이를 벌리고 알밤을 꺼냈다.

「3」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
  ⇒ 아이는 두 손을 벌려 과자를 조심스레 받았다.


벌리다 [벌ː리다]

→ 활용: 벌리어(벌려), 벌리니

「동사」

일을 하여 돈 따위가 얻어지거나 모이다. '벌다'의 피동사.
⇒ 돈이 벌리다.


벌이다 [버ː리다]

→ 활용: 벌이어(벌여), 벌이니

「동사」

1【…을】

「1」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
  ⇒ 잔치를 벌이다.

「2」놀이판이나 노름판 따위를 차려 놓다.
  ⇒ 투전판을 벌이다.

2【…에 …을】

「1」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
  ⇒ 책상 위에 책을 어지럽게 벌여 두고 공부를 한다.

「2」가게를 차리다.
  ⇒ 읍내에 음식점을 벌이다.

3【(…과) …을】(('…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
⇒ 부딪치기만 하면 입씨름을 벌이는 이들은 벌써 이력이 나서 수작의 수가 여간 높지 않다.≪박경리, 토지≫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그는 뒷감당도 못하면서 일만 ( 벌린다 / 벌인다 ).

2. 나는 입을 ( 벌린 / 벌인 ) 채 다물지 못했다.

3. 우리는 사형 제도 존속 여부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 벌렸다 / 벌였다 ).

4. 10여 개의 팀이 우승을 놓고 각축을 ( 벌렸습니다 / 벌였습니다 ).

5. 이미 ( 벌려 / 벌여 ) 놓은 굿판이니까 열심히 하는 수밖에 딴 도리가 없지.

 

정답 및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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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1. 벌인다    2. 벌린    3. 벌였다    4. 벌였습니다    5. 벌여

 

[풀이]

1.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동사는 '벌이다'입니다.

2.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라는 뜻의 동사는 '벌리다'입니다.

3~4.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동사는 '벌이다'입니다.

5. '놀이판이나 노름판 따위를 차려 놓다'라는 뜻의 동사는 '벌이다'입니다. 관용구인 "벌여 놓은 굿판."은 '이미 시작한 일이라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처지의 일을 이르는 말'입니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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