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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다듬기/헷갈리는 말, 가려서 쓰기

상봉 vs 조우 vs 해후

 

 

 

오늘은 '상봉', '조우', '해후'의 차이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A~C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 행사.

B. 남북 이산가족의 조우 행사.

C. 남북 이산가족의 해후 행사.

 

세 단어 모두 한자어이므로 한자의 뜻을 보면 서로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서로 상(相)' 자와 '만날 봉(逢)' 자로 이루어진 '상봉(相逢)'은 '서로 만남'을, '상봉하다'는 '서로 만나다'를 뜻합니다. 

'조우(遭遇)'는 '만날 조(遭)' 자와 '만날 우(遇)' 자로 이루어진 말로 '우연히 서로 만남'을 뜻합니다. '조우하다'는 '우연히 서로 만나다'라는 뜻을 나타내죠.

'만날 해(邂)' 자와 '만날 후(逅)' 자로 이루어진 '해후(邂逅)'는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남'을, '해후하다'는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나다'를 의미합니다.

'상봉'과 '조우'와 '해후'의 차이가 보이나요.

'봉(逢)'ㆍ'조(遭)'ㆍ'우(遇)'ㆍ'해(邂)'ㆍ'후(逅)' 모두 '만나다'를 뜻하지만, '우(遇)'ㆍ'해(邂)'ㆍ'후(逅)'는 '우연히 만나다'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우연히', '뜻밖에', '기약 없이' 만날 때는 '조우'와 '해후'를 씁니다. 더욱이 '해후'는 "헤어졌던 친구와 십여 년 만에 해후했다."와 같이 '우연성'뿐만 아니라 다시 만날 때까지의 일정한 '공백기'가 있어야 합니다. 어제 헤어진 친구와 오늘 우연히 만났다면 '해후'라고 할 수 없는 거죠.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만날지 남북 간의 면밀한 협의로 결정됩니다. '우연히'ㆍ'뜻밖에'ㆍ'기약 없이' 만나는 것이 아니므로, B의 '조우'나 C의 '해후'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A처럼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 행사."라고 표현해야 바릅니다. 

참고로, 이남호 교수의 <국어 순화는 국어 풍요가 되어야 한다>[새국어생활 제15권 제1호(2005년 봄)]와 배상복 기자의 <[우리말 바루기] '상봉'과 '해후' '조우'>(중앙일보 2015년 10월 23일 자)라는 글 일부분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만남'이라는 좋은 우리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버려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조우'나 '해후' 같은 어휘를 억지로 우리말에서 추방해 버리는 일도 어리석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어휘나 표현을 사용해도 되는가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말의 표현력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는가이다. 
'만남'이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왜 '조우'나 '해후' 같은 말을 써야 하는가라는 문제 제기는, 각각의 어휘들이 가진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 거의 같은 뜻이라 하더라도 '만남'을 써야 할 경우가 있고, '조우'를 써야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해후'와 '조우'는 뜻밖에 또는 우연히 만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단순한 만남의 뜻으로는 쓸 수 없다. "두 사람이 만남으로써 과학과 종교의 해후가 이루어졌다" "곧 개봉될 영화가 관객들과의 조우를 기다리고 있다"에서는 '해후'나 '조우'가 단순히 만남을 뜻하는 말로 사용됐다. 단어의 고유한 의미와 맞지 않는다. 어딘지 멋지게 표현하려고 '해후'와 '조우'를 끌어다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자어도 우리말의 일부이므로 어휘의 다양성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기피할 필요는 없지만 쓰려면 뜻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단순한 만남'이나 '상봉'의 의미로 '조우'나 '해후'를 쓰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라며, 오늘 글은 마무리하겠습니다.

 

 

 

단어 정리
상봉(相逢) [상봉]

「명사」

서로 만남. ≒상우.
⇒ 두 모자는 십 년 만의 상봉에 목이 메어 울음을 그칠 줄을 몰랐다.≪하근찬, 야호≫
「반대말」이별(離別)


상봉-하다(相逢하다) [상봉하다]

→ 활용: 상봉하여(상봉해), 상봉하니

「동사」

【(…과)】【 …을】(('…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서로 만나다. ≒상우하다.
⇒ 타향에서 고향 친구를 상봉했다.
「반대말」이별하다(離別하다)


조우(遭遇) [조우]

「명사」

「1」신하가 뜻에 맞는 임금을 만남.

「2」우연히 서로 만남. ≒조봉.
  ⇒ 그는 적들과의 조우를 피하여 적진을 멀리 돌아갔다.
「비슷한말」회우(會遇)


조우-하다(遭遇하다) [조우하다]

→ 활용: 조우하여(조우해), 조우하니

「동사」

【(…과)】【 …을】(('…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1」신하가 뜻에 맞는 임금을 만나다.

「2」우연히 서로 만나다. ≒조봉하다.
  ⇒ 두 사람은 한 번도 조우해 본 적이 없다.
「비슷한말」회우하다(會遇하다)


해후(邂逅) [해ː후]

「명사」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남.
⇒ 감격적인 해후.


해후-하다(邂逅하다) [해ː후하다]

→ 활용: 해후하여(해후해), 해후하니

「동사」

【(…과)】(('…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나다.
⇒ 부모 자식이 20년 만에 해후했으니 할 말이 오죽 많겠니?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재외 동포들의 북한 방문과 친지 ( 상봉 / 조우 / 해후 )는(은) 비공개적으로 활발히 이뤄졌다.

 

정답 및 풀이

 

더보기

[정답] 

1. 상봉

 

[풀이]

1. 계획을 세워서 미리 준비한 만남일 때 '조우'나 '해후'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즉, '조우'나 '해후'는 그 만남에 '우연성'이 개재되어야만 쓸 수 있으므로, 위 문장에서는 '상봉'을 써야 바릅니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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