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부'와 '유무'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A와 B, C와 D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죄의 여부를 판결하다.
B. 죄의 유무를 판결하다.
C. 이른 시일 안에 수락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D. 이른 시일 안에 수락 유무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더불 여(與)' 자와 '아닐 부(否)' 자로 이루어진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합시다."는 정보가 사실인지 사실이 아닌지를 확인한다는 의미이고, "팬들의 관심은 온통 그 선수의 은퇴 여부에 모여 있었다."는 팬들의 관심은 온통 그 선수가 은퇴하는지 은퇴하지 않는지에 모여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또 '여부'는 주로 '있다', '없다'와 함께 쓰여 '틀리거나 의심할 여지'라는 뜻도 있어서,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암, 그렇고말고. 당연하지. 여부가 있나."처럼 쓴답니다.
반면에 '있을 유(有)' 자와 '없을 무(無)' 자로 이루어진 '유무(有無)'는 '있음과 없음'이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여러 조사를 통해 제품의 이상 유무를 판단한다."는 여러 조사를 통해 제품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다는 의미이고 , "혀의 상태를 보아서 병의 유무를 진단하였다."는 혀의 상태를 보아서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진단하였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A와 B는 문맥상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결한다는 의미이므로 B의 '유무'를 씁니다. C와 D는 수락할지 안 할지 결정해 달라는 맥락이므로 C의 '여부'를 써야 적절합니다.
참고로, 다음 단어들처럼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 단어에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뜻하는 '여부'를 붙이면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의 의미가 중복됩니다. 그러므로 이런 단어들에는 '여부'를 붙이지 않아야 의미가 중복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됩니다.
가감(加減): 더하거나 빼는 일. 또는 그렇게 하여 알맞게 맞추는 일.
가부(可否): 옳고 그름. / 찬성과 반대를 아울러 이르는 말.
당락(當落): 당선과 낙선을 아울러 이르는 말.
생사(生死): 삶과 죽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
성패(成敗): 성공과 실패를 아울러 이르는 말.
진위(眞僞): 참과 거짓 또는 진짜와 가짜를 통틀어 이르는 말.
진퇴(進退):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물러남. / 직위나 자리에서 머물러 있음과 물러남.
찬반(贊反): 찬성과 반대를 아울러 이르는 말.
흥망(興亡): 잘되어 일어남과 못되어 없어짐.
이와 관련된 기사인 금강일보 <[윤성국의 우리말 우리글] 여부(與否)를 남용하고 있다>(2015년 8월 10일 자) 일부를 소개하며 오늘 글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진위(眞僞) 여부'처럼 '진위'에 '여부'를 붙여 묻게 되면 '진짜냐 거짓이냐 그런 것이냐 그렇지 않은 것이냐'를 뜻하게 된다. 중복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부'를 빼고 '진위를 가려주십시오'라고만 해도 '참인지 거짓인지 가려 달라'는 말이다. '진(眞)과 위(僞)' 자체가 서로 반대되는 말뜻을 가지고 단어를 이루었기 때문에 '여부'를 필요로 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성패 또한 마찬가지다.
'정확성이 성패를 결정짓는다.'처럼 '여부'를 빼도 '정확성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결정짓는다'는 의미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 외에도 '생사(生死), 당락(當落), 흥망(興亡), 진퇴(進退), 찬반(贊反), 가부(可否)'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단어에 여부를 붙이면 분명히 사족(蛇足)이다.
이 밖에도 굳이 '여부'를 쓰지 않아도 '여부'의 뜻을 전할 수 있는 곳에 굳이 붙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시간에 도착할지 여부에 경찰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문장에서도 '도착할지'가 '도착할지 어떨지 의문스럽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여부'를 붙여 사용할 필요가 없다.
단어 정리
여부(與否) [여ː부]
「명사」
「1」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
⇒ 사실 여부를 확인하다.
「비슷한말」 연부(然否)
「2」((주로 '있다', '없다'와 함께 쓰여)) 틀리거나 의심할 여지.
⇒ 아, 그래요. 그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소작 일이라면 김 형하고 내가 들어 못할 것이 무어겠소?≪송기숙, 암태도≫
유무(有無) [유ː무]
「명사」
있음과 없음.
⇒ 잘못의 유무를 따지다.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심폐 지구력은 운동과 흡연 ( 여부 / 유무 )에 따라 좌우된다.
2. 법정에서는 여러 가지 증거를 토대로 하여 죄의 ( 여부 / 유무 )를 가린다.
3. 피상속인의 납세 의무에 대한 고지 ( 여부 / 유무 )를 확인하다.
4. 제가 합격했는지 ( 여부 / 유무 )를 알고 싶어요.
정답 및 풀이
[정답]
1. 여부 2. 유무 3. 여부, 유무 4. 제가 합격했는지를 알고 싶어요., 저의 합격 여부를 알고 싶어요.
[풀이]
1. 운동과 흡연을 하는지 안 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때는 '운동과 흡연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라고 표현해야 바릅니다.
2.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가린다고 할 때는 '죄의 유무를 가린다'라고 하는 게 바른 표현입니다.
3. 맥락상 고지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의미한다면 '여부'를 쓰고, 고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의미한다면 '유무'를 씁니다. 즉, 문맥에 따라 '고지 여부'와 '고지 유무' 모두 가능한 표현입니다.
4. 이 문장에서는 굳이 '여부'를 쓰지 않아도 '여부'의 뜻이 전달되므로, "제가 합격했는지를 알고 싶어요."라고 쓰면 됩니다. '여부'를 써서 표현하고 싶다면 "저의 합격 여부를 알고 싶어요."라고 하면 됩니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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