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A와 B, C와 D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개나리가 한참 피어나는 봄.
B. 개나리가 한창 피어나는 봄.
C. 길을 잘못 들어서 한참 헤맸다.
D. 길을 잘못 들어서 한창 헤맸다.
'한참'과 '한창'은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은 전혀 다릅니다.
'한참'은 명사로 쓰일 땐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뜻합니다. 그래서 "한참 뒤에 전화가 왔다.", "담장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기와집이 나왔다."와 같이 씁니다. 이때의 '한참'은 '꽤 오랫동안'을 뜻하는 '한동안'이나 '시간상으로 썩 긴 동안'을 뜻하는 '오랫동안'과 쓰임이 비슷해요.
'한참'의 유래는 중도일보 <[우리말] 한참은 역참 사이의 거리를 가리키던 말>(2012년 1월 13일 자)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 한동안의 뜻을 지닌 말이다.
'한참'에서 '참(站)'은 '역참(驛站)'의 준말이다.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전에는 관가 등에서 먼 지방에 급한 공문을 전달하거나 할 때 주로 말을 이용했었다. 이때 일정한 거리마다 지친 말을 갈아타는 곳이 있었는데 이를 '역'이라고 했다. 이 '역'에 쉴 만한 곳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역이 있는 곳을 '역참(驛站)'이라 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각 역에 소속되어서 공문 등을 가지고 역참 사이를 나르는 사람을 '파발꾼'이라고 했고 그 파발꾼이 타는 말을 '파발마'라고 했다.
본론으로 돌아와 여기서 '한참'이란 두 역참 사이의 거리를 가리키던 데서 비롯된 말이다.(박일환: 우리말 유래사전, p.203) 역참과 역참 사이의 거리가 제법 멀기 때문에 그 사이를 오고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으로 쓰던 말이다. 이것은 공간개념이 시간개념으로 환치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한참'은 부사로서의 역할도 하여 "병원에 환자가 많아서 대기실에서 한참 기다렸다."처럼 '어떤 일이 상당히 오래 일어나는 모양'을 뜻하기도 하고, "우리 집 양반 말이, 나중에 감영군하고 싸움이 붙을 적에는 남분이 오라버니가 대장이 되어도 한참 높은 대장이 될 것이라고 합디다.≪송기숙, 녹두 장군≫"처럼 '수효나 분량, 정도 따위가 일정한 기준보다 훨씬 넘게'를 뜻합니다.
'한창' 역시 명사와 부사로 나뉩니다. 명사로 쓰일 때는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를 의미합니다. "추수가 한창인 논.", "요즘 앞산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처럼 쓰죠. 이때의 '한창'은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를 뜻하는 '황금기(黃金期)'과 쓰임이 비슷합니다.
따라서 '기운이나 의욕 따위가 가장 왕성한 때'를 뜻하는 말은 '한창때'이고, '기운이 한창인 젊은 나이'를 가리키는 말은 '한창나이'입니다. '한창때'와 '한창나이'는 한 단어이기 때문에 모두 붙여 써야 합니다.
'한창'이 부사로 쓰일 때는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모양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모양'을 뜻합니다. "통일을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한창 무르익던 화해의 기운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와 같이 씁니다.
A와 B는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는 문맥이므로, B와 같이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모양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모양'을 뜻하는 '한창'을 써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C와 D는 상당한 시간 동안 헤맸다는 문맥이기에, C처럼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한참'을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한참'과 '한창'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참
_ 시간이 상당히 지나거나 어떠한 사건이 오래 일어나거나 지속될 때 씀
_ '한동안', '오랫동안'과 쓰임이 비슷함
한창
_ 왕성한 시기나 모양을 표현할 때 씀
_ '황금기'와 쓰임이 비슷함
아직도 '한참'과 '한창'을 구별하기 어렵다면 '한동안'이나 '오랫동안'으로 바꿔 보세요. 뜻이 통하면 '한참'을, 뜻이 통하지 않고 어색하면 '한창'을 쓰면 됩니다.
단어 정리
한-참 [한참]
[Ⅰ] 「명사」
「1」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
⇒ 그들은 폐허가 된 집터를 한참이나 둘러보았다.
「비슷한말」 한동안
「2」 두 역참(驛站) 사이의 거리.
[Ⅱ] 「부사」
「1」 어떤 일이 상당히 오래 일어나는 모양.
⇒ 한참 난투극이 벌어졌다. 천막은 헐리고 ‘인간 단지’의 식구들은 여기저기 쓰러졌다.≪김정한, 인간 단지≫
「2」 수효나 분량, 정도 따위가 일정한 기준보다 훨씬 넘게.
⇒ 붉은 노을빛이 아직 한참 남아 있어 간신히 글은 보일 정도였다.≪최인호, 지구인≫
한창 [한창]
[Ⅰ] 「명사」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
⇒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Ⅱ] 「부사」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모양.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모양.
⇒ 다방 안은 날씨가 좋지 못한 탓인지 한창 붐빌 시각인데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황순원, 나무들 비탈에 서다≫
마무리 퀴즈
※ 다음 중 바른 것을 고르세요.
1. 대학가엔 축제가 ( 한참 / 한창 )이다.
2. 벼가 ( 한참 / 한창 ) 무성하게 자란다.
3. 택시를 합승했더니 ( 한참 / 한창 )을 돌아갔다.
4. ( 한참 / 한창 ) 떠들썩하던 자리가 조금 가라앉은 뒤에 그녀는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정답 및 풀이
[정답]
1~2. 한창 3~4. 한참
[풀이]
1.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를 뜻하는 명사는 '한창'입니다.
2.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모양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모양'을 뜻하는 부사는 '한창'입니다.
3.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뜻하는 명사는 '한참'입니다.
4. '어떤 일이 상당히 오래 일어나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는 '한참'입니다.
※ 포스팅 작성 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한국어 어문 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제2017-12호) ·「표준어 규정」(제2017-13호) ·「외래어 표기법」(제2017-14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제2014-42호)을, 단어의 뜻풀이 등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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