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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다듬기/헷갈리는 말, 가려서 쓰기

심심하다 형태가 같은 우리말 표현을 쓰다 보면, 그 뜻을 잘못 이해하여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심심하다'입니다. 우선, '심심하다'가 고유어 표현으로 쓰일 때는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와 '음식 맛이 조금 싱겁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전자는 "심심해서 한번 들렀지, 뭐."나 "할머니는 심심하면 입버릇처럼 옛날얘기를 꺼내신다."처럼 쓰고, 후자는 "뿌옇고 떫고 심심한 그 막걸리에는 한국인의 소박한 애환이, 김삿갓의 그 웃음 같은 것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이어령,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처럼 쓰죠. '심심하다'가 한자어 표현으로 쓰일 때도 살펴볼까요. '심할 심(甚)' 자와 '깊을 심(深)' 자로 이뤄진 '심심(甚深)하다'는 주로 '심심한' 꼴로 쓰여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 더보기
삐지다 vs 삐치다 오늘은 '삐지다'와 '삐치다'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A와 B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너 삐졌구나. B. 너 삐쳤구나. 결로부터 말씀드리면, A의 '삐졌구나'와 B의 '삐쳤구나' 모두 바릅니다. 동사 '삐지다'와 '삐치다' 모두 '성나거나 못마땅해서 마음이 토라지다'의 뜻을 나타내거든요. 원래 동사 '삐지다'는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 내다'만 뜻하는 말이었어요. "김칫국에 무를 삐져 넣다."처럼 말이죠. 그래서 '삐지다'와 '삐치다'를 구분해서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삐지다'가 실생활에서 '토라지다'의 뜻으로 많이 사용되다 보니, 국립국어원은 2014년에 심의를 거쳐 '삐지다'를 '삐치다'와 뜻이 같은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였습니다. 2014년 12월 1.. 더보기
덕분 vs 때문 vs 탓 오늘은 '덕분'과 '때문'과 '탓'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A~C, D~F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제가 잘된 것은 모두 부모님 덕분입니다. B. 제가 잘된 것은 모두 부모님 때문입니다. C. 제가 잘된 것은 모두 부모님 탓입니다. D. 그는 급한 성격 덕분에 나와 충돌이 잦다. E. 그는 급한 성격 때문에 나와 충돌이 잦다. F. 그는 급한 성격 탓에 나와 충돌이 잦다. '덕분(德分)'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뜻합니다. "비행기 덕분에 인간이 쉽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걱정해 준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와 같이 쓰죠. '덕분'의 동의어로는 '덕(德)', '덕윤(德潤)', '덕택(德澤)'이 있습니다. "자네 덕에 일이 잘되었네.", "그는 아내의 .. 더보기
하려고 vs 할려고 오늘은 '하려고'와 '할려고'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A와 B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그는 제 고집대로만 하려고 해. B. 그는 제 고집대로만 할려고 해. 어떤 행동을 할 의도나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는 '-려고'나 '-으려고'입니다. 어미 '-려고'는 받침 없는 동사 어간, 'ㄹ' 받침인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고, 어미 '-으려고'는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동사 어간 뒤에 붙습니다. 그래서 "내일은 일찍 일어나려고 한다.", "라디오를 틀려고 일어난 거야?", "벌써 가시려고요?"나 "후보자들은 정당의 공천을 받으려고 치열한 지명전을 벌였다."처럼 쓰죠. 「표준어 규정」 제4절 제17항은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더보기
그러고 나서 vs 그리고 나서 오늘은 '그러고 나서'와 '그리고 나서'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A와 B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숙제부터 해. 그러고 나서 놀아라. B. 숙제부터 해. 그리고 나서 놀아라. '그렇게 하다'나 '('ㄹ 것을 그리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과 반대되게 행동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는 '그리하다'입니다. '그리하다'의 준말은 '그러다'고요. 보조 동사 '나다'는 동사 뒤에서 '-고 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끝났음을 나타냅니다. "일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가고 나니 마음이 허전했다."와 같이 쓰죠. 따라서 동사 '그러다'에 '-고 나서'가 연결된 말은 A의 '그러고 나서'입니다. 참고로,《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은.. 더보기
깨나 vs 꽤나 오늘은 '깨나'와 '꽤나'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A와 B의 밑줄 친 부분 중 바른 것은 무엇일까요? A. 해외여행을 떠난 지 깨나 오래되었다. B. 해외여행을 떠난 지 꽤나 오래되었다. 우선, '깨나'는 어느 정도 이상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입니다. "한창때에는 나도 힘깨나 썼지.", "학식으로나 경륜으로나 한신현은 이 두메산골에서 행세깨나 하는 축이기 때문이다.≪유주현, 대한 제국≫"처럼 씁니다. '꽤나'는 '보통보다 조금 더한 정도로 / 제법 괜찮을 정도로'를 뜻하는 부사 '꽤'에 수량이나 정도를 나타내는, 받침 없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 수량이 크거나 많음, 또는 정도가 높음을 강조하는 보조사 '나'가 붙은 형태입니다. "그 형과는 꽤나 가까웠던 사이였어요.", "저 사람은 술을 꽤나.. 더보기
붇다 vs 불다 vs 붓다 오늘은 '붇다'와 '불다' 그리고 '붓다'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자료에는 '분 인삼', 두 번째 자료에는 '불은 인삼'으로 적혀 있습니다. 어떤 것이 바를까요?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의 뜻을 나타내는 말은 '붇다'입니다. "콩이 붇다.", "북어포가 물에 붇다."와 같이 쓰죠. 또 동사 '붇다'는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나 주로 몸을 주어로 해서 '살이 찌다'의 뜻도 있어서, "개울물이 붇다.", "식욕이 왕성하여 몸이 많이 붇다."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제18항 5.에 따르면, 어간의 끝 'ㄷ'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ㄹ'로 바뀔 적에는 바뀐 대로 적습니다. 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옵니다. 어간 끝 받침 'ㄷ'이 모음 앞에서 'ㄹ'로 바뀌어 나타나.. 더보기
접수받다 vs 접수하다 오늘은 '접수받다'와 '접수하다'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다음 문장의 밑줄 친 부분을 봐 주세요. 응시 희망자는 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입학 원서를 접수하세요. '접할 접(接)' 자와 '받을 수(受)' 자로 이루어진 한자어 '접수(接受)'는 '신청이나 신고 따위를 구두(口頭)나 문서로 받음' 또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음'의 뜻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접수하다'의 의미도 '신청이나 신고 따위를 구두(口頭)나 문서로 받다' 또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받다'의 의미를 나타내죠. 사전적인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위 문장에서 '접수'라는 행위의 주체는 '대학교'입니다. 위 문장은 '응시 희망자'가 주체이므로 '접수하다' 대신 '문서, 서류, 편지 따위를 제출하거나 보내다'의 뜻인 '내다'나 '문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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